케언즈<=박쥐천국 (오오 멜번에도 많구나!!! 역시 여행으로 가면 알 수 없는게 많다)
박쥐만 많은 건 아니고 개미도많고(개미의 많은 종류를 다 겪어볼 수 있음) 새도 많고 꽃도 많고 나무도 많고
크기로 말할 것 같으면 파리도 왕따시만하고(물론 어린 파리는 작다;)
메뚜기가 가운데 손가락 만한 대륙의 센스를 보유하고 있음
뭐 호주 어느 지역이든 자연친화적인 곳이라 인간이 살기좋은만큼 벌레도 살기 좋으므로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이라 생각하라수 있겠지만...
박쥐는 정말...
이건 한국에선 동물원에서만 보던거임 ㅇ<-<
이 사진은 남편이 찍은건데 (난 사진 찍기도 싫음) 자세히보면..
꺅 완전 비호감 저 얼굴 좀 봐!
다리도 짧고...
몸은 거꾸로 매달려있는데 왜 얼굴은 저렇게....
고개가 어떻게 돌아간거야?? 그보다 뭘 보고 있는거야?
지나가는 행인 감상? 보지마 보지말라구 인간세상을 관찰하지 마 검은 비닐봉지몸을 가지고선 왜 목이랑 얼굴에는 강아지처럼 털이 부숭부숭 난거야&%&(*%^&$%#%^%$$&$&_)@(%)^@*&$
얘네들은 그리고...
정확히 노을지는 시간에 라군에서 배영하고 있으면 다같이 어디론가 떼를 지어 날아간다
동서남북 어느방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시티방향에서 라군을 지나쳐 갯벌이 있는 방향으로 우르르 날아가는데
그 행렬이 참 길기도 길어서 물위에 드러누워 노을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배트맨 마크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미묘!
그리고 이상하게 혼자서 이상한 나무(박쥐들의 모임장소가 아닌)에 매달려있는 애들도 가끔 있는지
길을 걷다보면 그닥 높지 않은 나무에서 퍼드득 한마리가 날아가기도 한다
이는 자전거 안타고 1년동안 걸어다니다보면 한번쯤 경험할수 있는 일인듯 하다;;
한번은 아파트 수영장에서 뭔가 뒤에서 내 손등을 팍! 치고 가는 느낌이 들어서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고
다시 앞을 보니 저 멀리 박쥐가 낮게 날아가고 있었당 -_ㅜ
내가 쓰면서도 거짓말 같지만..난 진짜 봤다...박쥐가 날개 펴고 날아다니는 모습 하도 많이 봐서
이젠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름
그래도 여기 와서 만난 정체불명의
'피부에 자국 남기는, 보이지 않고 소리도 안나지만 물리면 무지무지 가려운' 각종 벌레들 보다는,
밤에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어린애 울음소리처럼 무섭게 우는 종도 있음)보다는,
조용히 검은 비닐봉지 가지고 날아다니며 인간에게 피해안주고 조용히 살아가는 이놈들이 훨씬 낫당
매일매일 바쁘게 쫒기듯(실제로도 쫒김;각종 마감과 시험에) 살던 삶에서
시간이 남아돌기까지 하는 삶으로 바뀌자
내게는 두가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과거를 돌아보는 것 =ㅅ=
그래서 죄인을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의도는 그게 아니라 '인적 드문 시골 촌구석'이었겠지만) 귀양보내면
과거를 돌아보고 죄를 뉘우치고 선한 인간이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능;;;
그리고 또 하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걸어다닐때도 그렇고 길가에 있는 꽃 한송이까지 유심히 보게 된다
서울에서도 꽃 사진 찍는거 좋아하고 맛있게 생긴 음식 사진 찍는걸 좋아했지만
케언즈에서는 집 앞만 나서도 사진 찍기 너무 좋을 것 같은 풍경들이 아깝게도 그냥 막 펼쳐져 있다
우리 집 앞 개울가에 핀 꽃을 꺽어와서 간장병에 꽂아놓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날 무자비하게도 잔디를 확~깍아버려서 개울둑에 노랗게 융단 깔아놓은 듯 아름답게 핀 꽃밭이
군입대 하는 불쌍한 대한민국 남성들 머리처럼 삭막하게 확 깍여져있었당 -ㅅ-
그 후로 난...길가에 핀 꽃을 나 혼자 보자고 꺽어와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아니라
있을때 꺽쟈; 란 생각에 막 꺽어온다ㅋ
천천히 걸으면서 경치 감상하고 느릿느릿 사는 지금이 좋은건
이 평화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거라는 예감 때문인걸까;;
(늘 달달 볶이면서 살다보니 이젠 편안히 살아도 뭔가 불안해~~)
뭐 한편으로는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 공부든 뭐든 다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